황순원의 10가지 감사노트 -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삶, 광야에서도 자라는 은혜 >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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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황순원의 10가지 감사노트 -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삶, 광야에서도 자라는 은혜

작성일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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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면 새로운 하루가 기다리고 있다. 어제 받은 은혜가 있고, 오늘 새롭게 주실 은혜가 있다. 어제의 은혜가 오늘의 은혜와 만나 또 하루를 살아갈 힘이 된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는 하루지만,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믿음이 있기에 기대하는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한복음 15:5)


포도나무와 가지의 관계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가지는 스스로 열매를 만들어 내려고 애쓰지 않는다. 나무에 붙어 있으면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고 때가 되면 열매를 맺는다. 나 역시 주님께 붙어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할 때 깊은 안정감을 누린다.


그러나 열매를 맺는 과정에는 가지치기도 필요하다. 불필요한 가지를 잘라내야 건강한 성장이 가능하다. 우리의 삶에서도 내려놓아야 할 생각과 욕심, 두려움이 있다. 기도의 자리는 무엇을 잘라내야 하는지 깨닫는 시간이며, 말씀을 묵상하는 시간은 메마른 영혼에 새로운 영양분을 공급받는 시간이다.


기도에 대해 생각할수록 그 의미가 깊어진다. 기도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하나님께 말씀드리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내 삶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자리다. 나 자신에게 머물던 시선이 하나님께로 향하고, 내 생각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가는 자리다. 그렇게 하나님의 뜻에 가까워지는 과정은 생각할수록 신비롭다. 우리에게 기도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큰 은혜다.


우리가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지 못하는 데에는 사람들의 시선도 작용한다. 인정받지 못하면 어쩌나, 누군가 나를 무시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이다. 때로는 하나님의 뜻보다 사람들의 평가를 더 의식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 “그래도 괜찮아. 내가 너를 책임질 수 있으니까”라는 하나님의 위로를 믿게 되는 순간, 두려움의 무게가 달라진다. 사람들의 인정이 내 존재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하나님을 신뢰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자유를 누리는 일이 아닐까.


사람은 무엇을 보고 살아가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어린 시절에는 무엇을 듣고 자랐는지가 우리의 생각과 태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삶의 시간이 쌓일수록 지금 내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가 더욱 중요해진다. 내 시선이 향하는 곳에 관심이 머물고, 그 관심이 결국 삶의 방향을 만들어 간다.


신앙의 성장도 그렇다. 어제까지 보이지 않던 하나님의 손길이 오늘 새롭게 발견될 때가 있다. 익숙했던 말씀에서 전혀 다른 의미를 깨닫기도 하고,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다가 그때는 알지 못했던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나님을 알아가는 기쁨은 언제나 새롭다. 그 설렘이 다시 살아갈 힘이 된다.


물론 우리의 기대처럼 결과가 또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날도 많다. 열심히 기도하고 기다렸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는 듯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다고 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일하고 계시며, 우리를 빚어가고 계신다는 믿음이 있기에 기다릴 수 있다.


밤이 주는 은혜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잠든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루의 일을 멈추고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런데 아침이 되면 새로운 힘으로 일어난다. 내가 쉬는 동안에도 생명은 유지되고, 세상은 움직이며, 하나님이 허락하신 또 하루가 찾아온다.


인생에도 밤과 같은 시간이 있다. 앞이 보이지 않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시간이다. 그때는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그러나 그런 시간을 지나면서 비로소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밤이 있기에 아침의 은혜를 더욱 깊이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요즘 에이레네 사모님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오래 머문다. 저마다의 사정 속에서 광야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분들이 있다. 광야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많지 않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언제 이 시간이 끝날지 알 수 없는 막막함도 있다.


그러나 성경 속 광야는 하나님을 깊이 만나는 장소이기도 했다. 익숙한 것들이 사라지고 의지할 것이 없어졌을 때, 사람은 이전과 다른 눈으로 하나님을 바라보게 된다. 광야를 지나온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은혜가 있다.


그렇다고 광야의 고통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그 길을 걷는 이들의 외로움과 눈물을 쉽게 설명할 수도 없다. 다만 그 시간에도 하나님이 함께하시기를, 견딜 힘을 주시고 필요한 사람과 위로를 만나게 하시기를 기도한다.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가지처럼, 광야를 걷는 동안에도 생명의 근원에서 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열매가 아직 보이지 않아도 뿌리에서 공급되는 생명은 멈추지 않는다.


오늘도 새날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어제는 보이지 않았던 은혜를 오늘 발견하게 하시고, 내일의 일을 다 알지 못해도 평안히 오늘을 살아가게 하시니 감사하다.


특별히 광야를 지나고 있는 에이레네의 모든 사모님들이 그 길에서 하나님을 더욱 깊이 만나고, 마침내 자신에게 허락된 은혜를 발견하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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